분류 전체보기21 노선도 바깥, 기차역에서 만난 느린 시간들 여행은 늘 목적지로 향하지만, 가끔은 도중에 멈춰 선 그곳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오늘은 노선도에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기차역들에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서울역에는 없는 풍경, ‘양원역’이라는 이름의 쉼표기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노선도보다 차창 밖을 더 신뢰한다.어디로 가는지가 아니라,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나는 그런 마음으로, 아무 계획 없이 무궁화호를 탔다.그리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노선도 끝자락에 있는 ‘양원역’에서 내렸다.양원역은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경춘선 작은 간이역이다.플랫폼은 단 하나, 엘리베이터도 없고, 역사 건물이라고 부를 것도 없는 소박한 곳.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의 하늘과 양원역의 어울림은 묘하게 완벽했다.마치 도시의 시간과는 다른 ‘느리.. 2025. 6. 26. 슬로우 트래블: 한 동네에서 2주간 살아봤습니다 ‘여행’과 ‘살기’는 생각보다 다른 말이다. 오늘을 슬로우 트래블에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여행이 아닌 ‘삶’을 빌려본다는 것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유명 명소를 찍으며 걷는 건 ‘관광’이고,어느 마을의 아침 방송 소리에 잠에서 깨 밥을 짓는 건 ‘삶’이다.나는 이번 여름, 단순한 휴가가 아닌 진짜 로컬 속에서 2주간 살아보기를 선택했다.장소는 전라남도 곡성군의 한 시골 마을.휴대폰엔 신호가 약했고, 마을엔 카페보다 텃밭이 많았다.처음엔 심심할까 두려웠지만, 의외로 ‘심심한 것’이 내겐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도착 첫날, 마을 입구에서 만난 80대 박 할머니가 말했다.“왔는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마늘밭 일손 좀 거들어보소.”그 말에 따라간 밭에서 땅을 파고, 마늘을 뽑고, 흙을 .. 2025. 6. 26. 사라지는 여행지들: 기후 위기 앞에서의 마지막 기록 세상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여행지가 있다.그곳들은 아름답기 때문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기 때문에 기록해야 하는 장소다.오늘은 기후 위에 앞에서 사라지는 여행지들의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녹아내리는 풍경, 알래스카의 빙하 앞에 서다눈 덮인 설산과 파란 얼음 벽. 알래스카의 빙하는 한때 ‘영원의 얼음’이라 불렸다. 하지만 나는 그 풍경을 마주한 순간,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알래스카의 멘덴홀(Mendenhall) 빙하는 최근 10년 사이 800m 이상 후퇴했다. 얼음의 언어는 조용하지만 확실하다. 그것은 “나는 사라지고 있다”는 무언의 경고다.빙하 위를 걷는 투어를 신청했지만, 현지 가이드는 투어 전 나지막이 말했다.“지금 이 루트도 5년 전까진 얼음이었어.. 2025. 6. 25. 먹지 말고 느껴보는 시장 여행 - 이야기로 가득한 사람들의 거리 여행지에서 시장은 언제나 가장 살아 있는 공간이다.그곳엔 물건보다 더 많은 이야기, 음식보다 더 진한 사람 냄새가 깃들어 있다.오늘은 '먹지 않고', 대신 느끼고 듣는 시장 여행에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곳, 서울 노량진 새벽 수산시장에서 이른 새벽 4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서울 노량진. 지하철 첫차도 아직 움직이지 않을 시간이지만, 이곳은 이미 하루가 시작된 지 한참이다. 수산시장은 언제나 새벽이 가장 뜨겁다.바닥은 미끄럽고, 공기엔 짠내와 생선 비린내가 엉켜 있다. 하지만 그 냄새마저도 익숙해지면 어느새 이 시장의 체온이 느껴진다.어디선가 “광어 세 마리에 ○○○원!” 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나는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상인이 먼저 말을 건다.“어이, 젊은 친구. 구경만 .. 2025. 6. 25. 유령이 된 환상의 땅, 버려진 테마파크를 걷다 오늘은 버려진 테마파크나 유령 놀이공원 탐방기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환호가 사라진 자리, 폐허 속 테마파크에 들어서다사람이 떠난 공간에는 묘한 기운이 감돈다. 특히 한때 아이들의 웃음과 음악으로 가득했던 테마파크라면 그 감정은 배가된다. 나는 오래전부터 ‘폐허 여행’ 혹은 ‘어반 익스플로러’ 문화에 관심이 있었고, 언젠가는 꼭 유령 놀이공원을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강원도 태백의 구) 장성 유원지 일대를 알게 되었고,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구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겨 나섰다.공식적으로 폐쇄된 지는 수년이 넘었지만, 입구 근처는 여전히 웅장한 느낌을 풍겼다. 녹슨 철문과 깨진 입간판, 그리고 잡초가 뒤덮은 매표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서 나는 잠시 멈.. 2025. 6. 25. 오늘은 여기서 살아봅니다 – 세계의 기묘한 숙소 생활기 비행기 안에서 눈을 뜨고, 동굴 속에서 커피를 마시며, 지하 벙커에서 음악을 들었던 날들.오늘은 세계의 기묘한 숙소 생활기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이륙은 없지만, 하늘 위에서의 하룻밤 – 스웨덴 ‘점보스테이’스톡홀름 외곽, 알란다 공항 근처.멀리서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왜 활주로가 아닌 곳에 보잉 747이 멈춰 서 있지?가까이 다가가니, ‘Jumbo Stay’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 거대한 항공기는 더 이상 날지 않지만, 지금은 숙소로 변해 있었다.체크인은 비행기 앞쪽 계단을 통해 이뤄진다. 예전 승무원이 서 있던 입구가 이제는 프론트 데스크다.나는 ‘콕핏룸’을 예약했는데, 실제 조종석을 개조해 만든 룸이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휘둥그레졌던 건 당연한 일.계기판은 그대로 남아 있고, 유리창 .. 2025. 6. 2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