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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된 환상의 땅, 버려진 테마파크를 걷다

by 예두리 2025. 6. 25.

오늘은 버려진 테마파크나 유령 놀이공원 탐방기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유령이 된 환상의 땅, 버려진 테마파크를 걷다
유령이 된 환상의 땅, 버려진 테마파크를 걷다

환호가 사라진 자리, 폐허 속 테마파크에 들어서다

사람이 떠난 공간에는 묘한 기운이 감돈다. 특히 한때 아이들의 웃음과 음악으로 가득했던 테마파크라면 그 감정은 배가된다. 나는 오래전부터 ‘폐허 여행’ 혹은 ‘어반 익스플로러’ 문화에 관심이 있었고, 언젠가는 꼭 유령 놀이공원을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강원도 태백의 구) 장성 유원지 일대를 알게 되었고,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구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겨 나섰다.

공식적으로 폐쇄된 지는 수년이 넘었지만, 입구 근처는 여전히 웅장한 느낌을 풍겼다. 녹슨 철문과 깨진 입간판, 그리고 잡초가 뒤덮은 매표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다녀간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떤 기억을 남기고 갔을까.

입장권은 더 이상 필요 없었지만,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놀랍게도 회전목마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말들의 눈은 색이 바랬고, 일부는 몸통이 깨져 속이 들여다보였다. 마치 꿈에서 막 깨어난 듯한 기묘한 풍경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놀이기구의 쇠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살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놀이기구의 잔해 속, 시간이 멈춘 흔적을 보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마주한 장면은 폐 롤러코스터의 잔해였다. 철골 구조는 이미 부식이 시작된 상태였지만, 그 곡선과 높낮이는 여전히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한때 사람들을 실어 날랐을 객차는 사라졌지만, 레일 위로 낙엽과 가지가 소복이 쌓여 마치 자연이 놀이기구를 포근히 감싸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나는 인형극 무대였던 곳을 발견했다. 무대는 이제 천장이 내려앉고 벽화는 거의 지워졌지만, 무대 뒷편에는 여전히 대기 중이던 듯한 소품 인형들이 남아 있었다. 토끼 인형의 눈동자는 희미하게나마 마주보는 느낌을 주었다.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화면에 담기지 않는 묘한 서늘함이 있었다.

놀이공원 한쪽에는 푸드코트였던 건물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자판기는 무력하게 비어 있었고, 키즈 메뉴가 적힌 간판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핫도그 + 음료 2,500원”이라는 글씨가 아직 선명했는데, 그 숫자가 이 공간의 시간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과거로 남아 있을 것이다.

폐허는 끝이 아니라, 기억을 환기하는 공간

사람들은 흔히 폐허를 ‘쓸쓸한 장소’, ‘무서운 장소’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직접 그 공간을 걸어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슬픔, 향수, 신비, 그리고 묘한 따뜻함. 나는 그 감정의 파도 속에서 과거의 시간들과 교감하고 있었다. 폐허는 그저 버려진 것이 아니다. ‘멈춰 있는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계속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소’다.

어반 익스플로러들 사이에서는 “폐허는 기억의 박물관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다녀온 이 테마파크도 그랬다. 사람들은 떠났지만, 기억은 남았다. 놀이기구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환호성이 배어 있었고, 곳곳에는 일상의 흔적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이번 탐방을 마친 뒤, 나는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작은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멈춰선 환상의 기록들.” 언젠가 이 장소가 완전히 철거되거나 자연에 흡수되더라도, 이 기록을 통해 누군가는 이곳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마무리하며>
만약 당신도 이런 탐방에 관심이 있다면, 몇 가지를 꼭 기억하자.
첫째, 반드시 합법적인 접근 가능 지역인지 확인할 것. 불법침입은 어엿한 범죄다.
둘째, 위험 요소를 고려해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둘 것.
셋째, 이 공간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있다는 점을 존중할 것.

버려진 공간은 때로 우리에게 살아있는 공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