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 우연한 대화가 남긴 따뜻한 여운 여행지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종종 풍경보다 사람입니다.낯선 도시에서 우연히 마주친 상인의 한 마디, 길을 걷다 나눈 짧은 대화가 마음을 오래 울리곤 하죠.그들은 이름 없는 이방인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주는 사람들입니다.오늘은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우연한 대화에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나는 오늘도 삶을 굽고 있어요” – 나폴리 피자 장인 마르코이탈리아 나폴리의 어느 골목. 구글맵에도 잘 뜨지 않는 작은 피자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기다릴만한 가치가 있겠구나’ 싶어 합류했고, 40분쯤 지나 드디어 마르코를 만났다.그는 환하게 웃으며 “Buonasera!”라고 인사했고, 화덕 앞에서 피자를 구우며 말도 참 많이 했다.혼자 운영하는 작은 가게. 메뉴는 단 .. 2025. 6. 26. 경계 위의 삶: 국경선 근처에서 만난 사람들 지도 위의 선 하나가, 어떤 이들에겐 삶을 가르고, 또 어떤 이들에겐 일상이 된다.국경 근처에 산다는 것은 단지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 사이에서 매일 균형을 잡는 일이다.오늘은 국경선 근처 마을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한 골목, 두 나라 - 프랑스와 독일의 회색지대 마을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기차로 20분 남짓 달리면 도착하는 작은 마을, 킬(Kehl)은 지리상 독일이지만, 분위기는 프랑스적이고 언어는 반반이다.이곳은 국경을 기준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마주보는 도시 중 하나로, 국경선이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른다.놀라운 건, 이 국경은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유럽 셍겐조약 덕분에 킬과 스트라스부르 사이를 오가는 데 여권도 필요 없다.하지만 현지에선 “프랑스 .. 2025. 6. 26. 노선도 바깥, 기차역에서 만난 느린 시간들 여행은 늘 목적지로 향하지만, 가끔은 도중에 멈춰 선 그곳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오늘은 노선도에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기차역들에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서울역에는 없는 풍경, ‘양원역’이라는 이름의 쉼표기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노선도보다 차창 밖을 더 신뢰한다.어디로 가는지가 아니라,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나는 그런 마음으로, 아무 계획 없이 무궁화호를 탔다.그리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노선도 끝자락에 있는 ‘양원역’에서 내렸다.양원역은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경춘선 작은 간이역이다.플랫폼은 단 하나, 엘리베이터도 없고, 역사 건물이라고 부를 것도 없는 소박한 곳.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의 하늘과 양원역의 어울림은 묘하게 완벽했다.마치 도시의 시간과는 다른 ‘느리.. 2025. 6. 26. 슬로우 트래블: 한 동네에서 2주간 살아봤습니다 ‘여행’과 ‘살기’는 생각보다 다른 말이다. 오늘을 슬로우 트래블에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여행이 아닌 ‘삶’을 빌려본다는 것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유명 명소를 찍으며 걷는 건 ‘관광’이고,어느 마을의 아침 방송 소리에 잠에서 깨 밥을 짓는 건 ‘삶’이다.나는 이번 여름, 단순한 휴가가 아닌 진짜 로컬 속에서 2주간 살아보기를 선택했다.장소는 전라남도 곡성군의 한 시골 마을.휴대폰엔 신호가 약했고, 마을엔 카페보다 텃밭이 많았다.처음엔 심심할까 두려웠지만, 의외로 ‘심심한 것’이 내겐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도착 첫날, 마을 입구에서 만난 80대 박 할머니가 말했다.“왔는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마늘밭 일손 좀 거들어보소.”그 말에 따라간 밭에서 땅을 파고, 마늘을 뽑고, 흙을 .. 2025. 6. 26. 사라지는 여행지들: 기후 위기 앞에서의 마지막 기록 세상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여행지가 있다.그곳들은 아름답기 때문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기 때문에 기록해야 하는 장소다.오늘은 기후 위에 앞에서 사라지는 여행지들의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녹아내리는 풍경, 알래스카의 빙하 앞에 서다눈 덮인 설산과 파란 얼음 벽. 알래스카의 빙하는 한때 ‘영원의 얼음’이라 불렸다. 하지만 나는 그 풍경을 마주한 순간,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알래스카의 멘덴홀(Mendenhall) 빙하는 최근 10년 사이 800m 이상 후퇴했다. 얼음의 언어는 조용하지만 확실하다. 그것은 “나는 사라지고 있다”는 무언의 경고다.빙하 위를 걷는 투어를 신청했지만, 현지 가이드는 투어 전 나지막이 말했다.“지금 이 루트도 5년 전까진 얼음이었어.. 2025. 6. 25. 먹지 말고 느껴보는 시장 여행 - 이야기로 가득한 사람들의 거리 여행지에서 시장은 언제나 가장 살아 있는 공간이다.그곳엔 물건보다 더 많은 이야기, 음식보다 더 진한 사람 냄새가 깃들어 있다.오늘은 '먹지 않고', 대신 느끼고 듣는 시장 여행에 대해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곳, 서울 노량진 새벽 수산시장에서 이른 새벽 4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서울 노량진. 지하철 첫차도 아직 움직이지 않을 시간이지만, 이곳은 이미 하루가 시작된 지 한참이다. 수산시장은 언제나 새벽이 가장 뜨겁다.바닥은 미끄럽고, 공기엔 짠내와 생선 비린내가 엉켜 있다. 하지만 그 냄새마저도 익숙해지면 어느새 이 시장의 체온이 느껴진다.어디선가 “광어 세 마리에 ○○○원!” 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나는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상인이 먼저 말을 건다.“어이, 젊은 친구. 구경만 .. 2025. 6. 2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