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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마을 여행기 – 산업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

by 예두리 2025. 6. 24.

 

시간이 멈춘 자리에서,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폐광 마을 여행 중 산업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폐광 마을 여행기 – 산업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
폐광 마을 여행기 – 산업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

광산의 심장이 멈춘 마을, 정선의 어느 하루

정선. ‘아리랑’의 고장이라는 말보다, 나에게는 ‘검은 황금’을 품고 있던 땅으로 기억된다.
여행의 시작은 우연한 사진 한 장이었다. 낡은 채석장 너머로 피어오르는 안개, 그리고 그 아래 덩그러니 남겨진

콘크리트 구조물. 정선의 폐광촌이었다.

과거 이 지역은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다. 1970~80년대만 해도 하루 수천 명의 광부들이 이 지역의 갱도를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석탄 합리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의 광산이 속속 문을 닫았고, 정선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광산이 닫힌 후, 마을은 빠르게 변했다. 마치 무언가가 ‘뚝’ 끊긴 듯, 상점이 문을 닫고, 젊은이들이 떠났다. 남겨진 것은

사라진 노동의 흔적들, 그리고 시간이다.

그날 내가 처음 도착한 곳은 ‘고한 18리’였다. 정선에서도 비교적 유명한 폐광 마을인데, 최근엔 이 폐광의 유산을 보존하려는 ‘광부 마을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갱도 입구 근처엔 지금도 광부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옛날 탄차가 녹슨 채

전시되어 있었다.
그 풍경을 마주하고 있자니, 흡사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아직도 석탄 냄새가 날 것 같은 갱도 입구. 그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한참을 서 있었다.

 

“광산이 멈추고 나서야, 하늘이 보였지” –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


마을 작은 분식집에서 라면을 시켜 먹으며, 자연스럽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도 광부 가족이었다.
“옛날에는 하루 12시간씩 일했지. 갱도에 들어가면 하늘을 못 봐. 그게 일상이었어.”
그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간이 묻어 있었다. 석탄이 있던 자리엔 이제 관광객이 찾고, 고요함이 남았다.
“광산이 멈추고 나니까, 다들 무서웠어. 이 마을이 끝장날 줄 알았거든.”
하지만 몇몇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조금씩 그려가기 시작했다.

분식집을 나와, 근처 ‘탄광문화촌’으로 향했다. 이곳은 실제 광부들이 사용하던 공간을 그대로 복원해놓은 곳이다.

갱도 체험장에 들어가면, 안전모를 쓰고 어두운 터널을 걷는다.
벽에는 광부들의 기록이 남아 있고, 작은 등 하나에 의존해 걷는 그 길은 마치 고백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사람들은 광산을 어두운 곳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곳 덕에 살아왔어.”
그 말이 전해주는 무게는, 몇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결이었다.

 

사라진 산업, 남겨진 기억 – 왜 이런 여행을 떠나는가


정선의 폐광 마을을 걸으며 계속 마음에 맴돌았던 질문이 있다.
왜 우리는, 사라진 것들을 찾아가는 걸까?

요즘은 예쁜 카페, 핫플, 감성 숙소가 여행의 키워드가 됐다. 하지만 이런 폐광 마을은 전혀 다른 종류의 감동을 준다.
그곳엔 반짝이는 것이 없다. 대신, 사람 냄새가 있고, 노동의 흔적이 있고, 무엇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내가 이 여행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록되지 않은 삶’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광산이 멈춘 마을이지만,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분식집 사장님은 여전히 매일 아침 문을 열고, 작은 박물관에선

아이들이 갱도 체험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곳에 찾아와, 그렇게 사라진 산업의 흔적을 기억해간다.

나는 이 여행을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산업의 역사와 삶을 만나는 일’로 느꼈다. 언젠가 이 마을도 완전히 재개발되거나, 그 흔적이 지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곳엔 여전히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그 흔적 위를 걷는 일, 그건 단지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시간을 ‘느끼는 일’이었다.

 

📍 여행 정보 메모

고한 18리 탄광문화촌: 무료 입장, 현장 가이드도 운영 중

정선 5일장과 연계하면 로컬 경험 업!

사진은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분위기 있음

출입이 금지된 폐광 지역은 들어가지 말 것 (안전 문제!)